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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2013.01.13 19:51

훈련소는 껌이었다

(*.229.17.241) 조회 수 1461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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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과 저의 기대와는 달리 이 카테고리에 대한 참여율이 저조하군요. (웃음)
저도 요새 개인 사정으로 좀 바빠졌습니다만, 왠지 모를 의무감 같은 것 때문에 이야기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오늘은 6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압축적으로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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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3사단(훈련소), 5군단(자대)으로 배치 받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523기 102번 훈련병이었습니다. 이 숫자가 왜 아직도 기억나는지 모르겠습니다.)
3사단 훈련소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인상은... 추웠습니다.
3월 중순에 입대했음에도 추웠습니다. 군인은 원래 다 춥고 배고프다지만, 정말 춥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도착해서는 개인물품 정리에 관한 것을 가르쳐줍니다. (아주 친절히. 하핳하하핳하....)
근데 당시 3사단 신교대 관물대(물품을 보관하는 선반이나 캐비닛 같은 것)라는 것은 
그냥 벽에 긴 나무 판대기를 벽 전체에 2단으로 걸어놓은 형상이었습니다.
그러니 군복을 조교가 가르쳐준 방법으로 누구나 똑같이 고이 접어 떡 쌓듯이 쌓아두어야만 했습니다.
근데 이게 솔직하게 말해 아주 X 같습니다. 
모양이나 각이 안나오면 조교가 친히 침상에 군화발로 올라와 사커킥으로 쌓아둔 물건을 날려줍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물론 저는 손재주가 좀 있는 편이라 이런 거지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습니다만.
100번 동기가 손재주가 없었는지 시간만 나면 그걸 만지고 있었습니다. 에혀....

일과시간과 야간에는 화장실도 통제됩니다. 마음대로 대소변도 못 봅니다. 
한 명, 두 명 보내주다 보면 훈련이 불가해지기 때문입니다.
동기중 한 명은 불침번 서다 일이 급했는데, 조교한테 말하는 게 너무 겁나 그냥 바지에 실수를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외곽근무 나가서 동기에게 망 보게 하고 큰일을 보는 대범함을 보였습니다. (하하)

목욕탕이 있습니다만, 목욕은 못 합니다.
사실 몇 번 공식적으로 하긴 했습니다만, 그건 목욕도 샤워도 아니었습니다. 물만 바르고 나오는 식이었으니까...
사람은 넘쳐나는데 목욕탕의 개인물품 보관할 곳은 모자라 씻고 나오면 내 속옷은 이미 다른 놈이 입고 있습니다.
따뜻한 물도 모자라고, 뭐 여튼 다 모자랍니다. 사람만 넘칩니다.
시끄럽게 하면 그 콩나물 시루같은 곳에서 엎드려 뻗쳐를 시킵니다.
나체의 사내들이 우글거리는 목욕탕에서 엎드려 뻗쳐 하면 그 모습이 참 보기가 좋습니다....

이발은 보통 자는 사람을 깨워서 합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자다가 불려나가 건성으로 전기 바리깡으로 왼쪽, 오른쪽, 뒤, 위 쫙 밀리고 가위질 몇 번 당하면 
내 헤어스타일이 박스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또 한 번 기분이 좋아집니다.

식사 시간에는 한 식탁에 6명이 꽉 차게 앉아야만 식사 시작이 가능했습니다.
6명이 모이면 "우리가 먹는 이 한끼의 식사는 논, 밭, 들, 산 그리고 바다에서 땀흘려 일한" 어쩌구 저쩌구하며 
꽤나 긴 감사의 기도 비스무리한 것을 6명이 함께 외쳐대고 먹었습니다. 덕분에 밥맛이 참 좋았더랬습니다.

종교행사는 많이들 아시듯이 초코파이를 먹는 시간입니다.
천주교는 2개 줍니다. 콜라도 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지만 가야 했습니다. 불교신자가 교회를 가기도 합니다.
군대에서 종교의 자유는 없습니다. 자대 가도 마찬가집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종교 행사 가서는 자기들보다 늦게 들어온 기수들을 보며 왠지 모를 우월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유격훈련도 받는데, 기초유격이었습니다.
PT 체조 자세 반복하고 선착순을 미친듯이 시키지만, 하루에 끝나기 때문에 기초일까요...
자대에서 받는 것에 비하면 장난인데, 그때는 참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마침 가장 힘든 타이밍에 비가 왔고, 교관이 가장 힘든 동작을 시킨 체로 어머니를 외치라 하더군요.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사격은 개인적으로 꽤나 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PRI라고 몇 가지 사격 자세를 미친듯이 반복하는 게 있는데(흔히 피나고 알배고 이 갈린다고 합니다), 
저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런 걸 왜 이리 미친듯이 하나 싶었습니다.
사격을 하는데 총이 단발로 두었는데도 두 발씩 나가는 참 좋은 K-2 소총이었습니다. 
사격 순서는 멀가중멀가중멀중가중, 다녀오신 분들은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여튼 고물총으로 대충 탄착군을 형성했던 기억입니다. 
그때의 처녀사격 사격지는 아직도 갖고 있습니다.

한 명의 실수가 여럿을 해할 수 있기 때문에 수류탄 투척은 위험합니다.
그래서 대략 2주차부터인가 식사 전후에 투척 자세를 미친듯이 연습시킵니다.
실제로 투척할 때는 높은 곳에서 호수 같은 곳에 던지는데,
그렇게 연습하고도 흙바닥에 던지는 인간들이 꽤 있었습니다.
꽤 높은 곳인데도 흙이 대기하는 장소까지 날아왔습니다.
크레모아(클레이모어?) 격발 시범도 보았는데, 생각보다 소리가 커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행군은 자대에서 수없이 했던 행군에 비하면 정말 장난 수준이었지만, 그때는 왜 그리 힘들었을까요. 
하필 행렬의 거의 제일 마지막에 서서 심적으로 엄청 부담이었습니다.
헐떡고개(?)인가가 참 힘들었던 기억인데, 
나중에 자대에서 훈련 때문에 다시 가보니 그냥 산보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군대가 사람을 단련시키기는 하는가 봅니다.

이래저래 6주간의 훈련을 마치니 다과회 같은 것을 열어주었습니다.
강당에 과자와 음료수를 펼쳐놓고 마지막으로 동기들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사이 조교들이 우리 사이를 지나다니며 조용히 욕지거리를 하더군요.
훈련이 끝나면 뭔가 써내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누군가가 욕 듣고 조금 맞았단 이유로 조교 이름을 적어 냈던 모양입니다.
결국 두 사람은 영창을 갔습니다. 
조교들, 꽤 고생이 많습니다. 그리고 잘 하는 놈은 욕 들을 일도 맞을 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언행은 자대에서 겪는 것의 1000분의 1도 안 됩니다.
이름 적지 마세요..... 그냥 칭찬해줘요.

이 외에 
한 전우의 아버님을 모셔서 예전 3사단 훈련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도 있고,
총검술도 배우고, 태권도도 배우고.... 음....
잘 기억이 안나네요. 
전 이제 민방위거든요. (좋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여튼 이제는 6주간의 훈련이 다 끝났으니
그간 정 들었던 동기들과 헤어져 자대로 고고씽합니다.
이제야 훈련병이 아닌 정식 '군인'이 된 겁니다.
자대에서 애들 태우고 갈 차편이 옵니다.
저는 5군단에서 온 미니버스였습니다.
뭔가 군인이지만 군인스럽지 않은 차량이랄까.... 
유치원 차량 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여튼 '역시 난 편한 곳인가!' 하면서 차를 탔습니다.
차가 출발하는데, 그 순간 창밖의 동기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찡했습니다.
하지만 잠깐이었고, 이내 곯아 떨어졌습니다. 피곤했나 봅니다.

.
.
.
.
.

한참 후에 일어나보니 띄엄띄엄 한 두명씩 내려주고 있었습니다.
이미 군단 내부로 들어와 있더군요.
'나도 곧 내리겠구나' 했는데, 왠걸... 군단 밖으로 차가 나가는 겁니다.
좀더 내달리더니 제6XX7부대라고 써 있는 곳으로 들어가더군요.
위병소를 지나는데, 큰 돌에 한자로 뭐라 써있었습니다.

"特攻"

ㅆㅂ!!!!!!!!!!!!!!!!!!!!!!!!!!!!!!

  • ?
    masquerade77 2013.01.13 20:00 (*.238.213.202)

    저도 102번 훈련병이었습니다.ㅋㅋ

    2005년 - 1기 7사단 신병교육대대 3중대 2소대 102번 훈련병

  • ?
    Jack Effect 2013.01.13 22:48 (*.223.109.218)

    우와 저도 3사단 신교대나왔는데 저는 600대 기수였던걸로 기억해요

    하지만 저는 3야수교를 거쳐 7군단으로 떨어졌음 ㅋㅋ

  • ?
    slowdown 2013.01.14 01:12 (*.157.199.66)

    군대가 가끔 그리울때가 있죠 .. 박카스 cf인가생각나네요 ㅎ

  • ?
    쭌이야 2013.01.14 01:48 (*.31.152.236)

    어렸을때 왠지 민방위하면 막 나이 많은 노땅 아저씨가 떠올랐는데

    저도 조만간 민방위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ㅎㅎ 그리고 전역이후에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군번이라는건 정말 안잊혀지는것 같습니다.

  • profile
    Let's FL 2013.01.14 14:42 (*.157.127.222)

    99년 입대라서 밀레니엄 드립치던 때가 기억이 나네요!

  • ?
    김케니 2013.01.20 22:47 (*.123.171.70)

    비조님 글 항상 흥미롭게 읽고있습니다 ㅎㅎ

    저는 해병대 수색대 지원할려고 노력중인 학생이에요 .

    이제 2학년이지만 수영도 열심히 배우고있답니다 .

    다음글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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