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앞서 예고한 대로 음역대가 골고루 존재하지만 편곡이 뭔가 이상한 경우는 어째서 그런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편곡의 정의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상편에서는 음역 레인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 각 악기의 역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결국은 최초에 이야기한 편곡의 정의를 다시 한 번 반복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편곡은 결국 선율/화성/리듬을 어떤 악기로 어떤 분위기로 표현을 하느냐를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이 3요소를 강화하면서 곡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작업입니다.

이 간단한 정의를 잊어버린 채, 혹은 생각하지 못한 채 편곡을 하기 때문에 입문자분들의 편곡은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은 망하는 법을 설명하는 편이 이해가 쉽기도 하므로 이번에는 망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편곡 망하는 방법 - 선율관련

편곡 망하는 법도 일종의 단계가 있습니다.

최상급의 테크닉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부각되야 하는 멜로디(선율)를 망치는 방법입니다.

○ 멜로디에 맞지 않는 코러스를 붙입니다. 불협이 심할수록 좋습니다.

○ 연쇄 테크닉으로서 코러스의 음량을 메인 멜로디보다 크게 만듭니다.

○ 보컬이 부르기 힘들게 키를 설정해서 보컬의 삑사리(?)를 유도합니다. 너무 키가 높으면 보컬이 도전하지 않으므로 주의합니다.

○ 멜로디가 나올 때 멜로디와 비슷한 음역대의 다른 악기를 많이 배치하여 멜로디를 방해합니다.

○ 응용 테크닉으로서 멜로디보다 편곡에 사용되는 악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듭니다.

즉 하고자 하는 말은 편곡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인「멜로디의 전달」을 잊으면 곤란하다입니다.

● 배킹 보컬을 적절히 넣어서 멜로디를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 보컬곡이라면 가장 매력적인 음역이 나올 수 있도록 고려합니다.

● 멜로디를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각 악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려합니다.

편곡 망하는 방법 - 화성/리듬관련

○ 코드 진행을 멜로디와 맞지 않게 붙입니다. 가끔 절묘하게 코드진행이 들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합니다.

○ 절대로 반복되는 코드진행이 없도록 하여 코드 진행을 알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 경우가 어울리는 장르도 있으니 망하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기억에 남는 리프를 만들지 않습니다. 실수로 듣기 좋은 리프가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합니다.

○ 특별한 처리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기 때문에 괴상한 시도를 많이 합니다.

○ 8비트의 리듬과 12비트의 리듬과 16비트의 리듬을 한 음역대에서 다 같이 연주합니다. 혼란스러울수록 효과는 증가합니다.

즉 하고자 하는 말은 멜로디 뿐 아니라「편곡 자체만으로도 갖는 매력이 필요하다」입니다.

●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귀에 남는 리프가 존재하면 좋습니다.

● 각 악기가 서로 리듬과 화성의 역할을 분담하여 전체의 조화를 느낄 수 있으면 좋습니다.

중간 정리

「좋은 편곡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설명방식을 택했습니다.

이것은 사실 장르마다 미적 기준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정도는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에 해당하는 부분만 언급했지만 역시나 입문자분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실제의 예를 몇 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악기 역할 분담의 예

멜로디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각 악기들도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 편곡의 매력입니다.

예를 들어 기타가 아르페지오를 연주한다면 피아노는 화음만 간단히 짚어주는 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서로 간에 포인트를 다르게 주고 있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FM7 - Em7 - Dm7 - CM7을 기타가 8비트 아르페지오로 연주하는 기본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 EX-01 : 기타 8비트 아르페지오

각 마디의 첫 부분에 화음을 보강한다는 의미로 EP를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이왕 넣는 김에 보이싱도 고려하여 3.7도만 연주하는 EP를 넣어보겠습니다.

♪ EX-02 : EP+기타

여기까지는 입문자분들이 별로 놓치는 부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8비트 리듬을 넣으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경우가 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EX03과 04를 비교하면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 EX-03 : 8비트 리듬을 강약강약강약강약 으로 넣은 경우(락 리듬)

♪ EX-04 : 8비트 리듬을 강약약 강약약 강약으로 넣은 경우(칼립소 리듬)

두 개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듣고 좀 더 좋게 들리는 쪽은 아마도 칼립소 리듬쪽이지 않을까 합니다.

선호도는 개인의 문제이니 어쩔 수 없지만 두 개의 차이를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차이입니다.

○ EX-03은 8비트 아르페지오와 타이밍과 악센트가 중첩 그 자체입니다.

○ EX-04는 8비트 아르페지오와 타이밍은 같지만 악센트가 다릅니다.(싱커페이션)

이것이 키워드입니다. 알앤비가 대표적이라면 대표적이겠지만 적은 악기와 적은 음수로도 충분히 편곡적으로 부족한 점이 없는 경우는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

악기가 많아도 부족하게 들리는 것은 악기의 역할이 중첩되어 있으므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리듬에서도 화성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세련된 편곡이라 불리는 것의 실체를 뜯어 보면..

이제 가장 중요한 포인트에 도달했습니다. 보통 세련된 편곡이라 느끼는 것은 다음의 포인트가 반드시 지켜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악기의 음수를 최대한 줄입니다. (1도 5도 생략)

● 마디나 박자 단위로 포인트가 되는 악기만 부각합니다.

우선 악기의 음수를 최대한 줄인다라는 의미부터 설명해 볼까요.

베이스가 근음을 연주하고 있으므로 그 외의 모든 악기는 근음 즉 1도를 생략하여 음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수를 또 줄여야 한다면 5도를 생략합니다. 5도를 생략하는 이유는 어쿠스틱 악기라는 것은 구조상 작게나마 5도에 해당하는 배음이 있습니다.

이런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만, 이해가 어렵다면 화성학이나 보이싱 관련 책에 반드시 관련 내용이 있으므로 찾아서 보면 어떨까 합니다.

마디나 박자 단위로 포인트가 되는 악기만 부각합니다. 라는 의미를 설명해볼까요.

일단 세련된 편곡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과정만 설명한다는 의미로 위의 곡을 일단 편곡해본 예제곡을 들어볼까요.

♪ EX-05 : 일단 몇 가지 설명을 위해 급조된 편곡

무슨 접근을 통해 위와 같이 편곡이 되었는지를 차례차례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추가된 악기는 리듬기타, 베이스, 신디사이저, 드럼입니다.

○ 최초의 상태에서 4마디째에 필인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러므로 필인에 방해되는 다른 악기는 모두 포인트를 주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 4마디 모두 동일하면 재미가 없으므로 필인을 고려하여 3마디째에 포인트를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위의 2가지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편곡했습니다.

♪ EX-06 : 어쿠스틱 기타의 124마디와 3마디의 차이                  

3마디에 포인트를 주기로 결정했으므로 3마디에만 아르페지오를 모두 사용하고 나머지는 아르페지오를 중간에 멈추었습니다.

♪ EX-07 : 리듬기타의 12마디와 34마디의 차이 

3마디는 어쿠스틱 기타에게 양보하기로 하였고, 4마디는 필인을 고려하고 있으므로, 12마디는 화음을 연주하고 34마디는 뮤트주법으로 리듬만 유지하도록 하였습니다.

♪ EX-08 : 베이스의 12마디와 34마디의 차이 

칼립소리듬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만 8개의 음을 모두 사용하면 정신이 없기 때문에

강약약 강약약 강약 중에서 악센트 부분만 베이스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마디에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는 맛이 부족한 것 같아서 베이스도 조금은 음을 사용하기로 하였고, 4마디째는 필인을 고려하여 음수를 줄였습니다.

♪ EX-09 : 신디사이저 4마디 필인 

고조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스케일 상행 패턴을 활용해서 넣었습니다.

이미지로 정리해 보면...

대략 이런 이미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밸런스는 전혀 다르게 잡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시간을 고민한다면 더욱 좋은 편곡이 당연히 나옵니다!

그리고 이 고민의 시간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편곡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음반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르에 따라 어느 악기와 어느 악기의 조합으로 밸런스를 맞추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날도 반드시 옵니다.

다만 노파심에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지나치게 편곡에 몰입한 나머지 들려야 할 멜로디가 들리지 않거나,

리듬이 과도하게 혼합되어 있거나, 화성진행이 너무 난해하다면 문제가 됩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기준은 객관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음악을 하다 보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 내가 듣기엔 멜로디도 잘 살아나는데 타인은 멜로디가 안 들린다고 합니다.

○ 내가 듣기엔 리듬이 다양해서 재미가 있는데 타인은 리듬이 과도하다고 합니다.

○ 내가 듣기엔 화성진행이 문제가 없는데 타인은 난해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 타인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는 개개인의 몫입니다.

마치며

다음 편은 기초편 마지막입니다.

즐거운 음악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BY LET'S FL